서른살에 미니자서전을 쓰기로 결심하다. 이글루에 첫 발을 내딛으며...



"여자나이 아이스크림 케잌이라잖아. 크리스마스 이브까지는 불티나게 팔리다가,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팔리지 않아 창고에서 썩어가는. 하물며 서른이 되면..."

서른살.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살아가는 여성 (특히 미혼)에게 서른이란, 생각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히는 생의 전환기 같아요. 서점에 무수히 깔린 '서른'이 언급된 제목의 책들만 봐도 그것이 주는 의미가 어떤 것인지 짐작할 수 있을 정도죠.

'서른을 목전에 두고 과감히 던진 사표와 함께 근 5년만에 비로소 삶의 쉼표를 찍고 있는 요즈음. 이 쉼표가 수많은 가능성을 지닌 물음표에서 진한 느낌표로 발전하기를...'

지난 여름, 사직서를 쓰고 서유럽으로 떠나기 전 다이어리에 남긴 글이에요. 간호학을 전공하고 졸업과 동시에 바로 대학병원에 입사해서 남들보다 비교적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연차가 쌓일 수록 심신이 지칠대로 지쳐 있더랬죠. 그래서 스물아홉, 얼마 남지 않은 20대의 마지막 내 청춘이 더욱 안타깝고 불쌍하게 느껴졌나봐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당시 현재의 감정에 충실했어요.

미련없이 사직 후, 고민할 것도 없이 아주 어릴 적부터 간절히 소원하던 유럽여행을 다녀왔네요. 정말 좋았어요. 무더위와 긴 이동시간에 지쳐 힘들기도 했고, 휴가철이라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여행객들로 불편하기도 했지만 즐거웠습니다. 여행이 끝난 후, 오랜시간 유럽 향수에 젖어있을 정도로 좋았어요.

그런데 여행에서 돌아오면 여유롭게 앞으로 내가 가야할 길에 대해 다시 진지하게 고민하고 선택하려 했는데, 마음 먹은대로 그 과정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여러 갈랫길 앞에 서서 예상보다 제법 긴 시간동안 발을 동동 굴렸더랬어요. 마치 6년 전 대학병원에 합격하기 전 서류심사, 토론면접, 개별면접, 직무시험, 신체검사 총 5단계의 문을 거치며 느꼈던 그 막연한 긴장감을 다시 느끼는 것 같았어요.

설레면서도 두려웠습니다.
스스로에게 상으로 준 재충전의 시간이 오히려 벌이 된건 아닐까, 독이 된건 아닐까. 

그동안 내 삶의 도화지에 그렸던 그림들을 다 지워버리고 백지상태가 된 것 같았어요. 지금까지 차곡차곡 쌓았던 작은 돌탑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처음부터 다시 돌탑을 쌓아올려야 할 것 같은 좌절감도 느꼈어요. 징검다리를 걷다가 강물 한가운데서 징검다리가 뚝 끊긴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뚝 끊긴 징검다리를 계속 이어가려면 그동안 내가 지나온 징검다리를 다시 뒤돌아 건너가 더 튼튼하고 반짝이는 새 돌을 가지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물아홉 번 해가 바뀌는 동안 느끼고 경험하고 생각했던 모든 사소한 것들로부터 나를 찾고 싶어졌습니다.

유년시절의 먼지가 수북이 쌓인 일기장을 털어서라도 내가 어떻게 징검다리를 건너왔는지 알고 싶어졌어요. 행복했던 시간, 슬펐던 시간, 평범하지만 조금은 특별했던 나만의 시간들.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다들며 감동의 순간들을 기록하는 것으로 지난 29년의 청춘예찬을 마무리하고 새롭게 펼쳐 질 30대의 청춘을 기쁘게 맞이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이글루스네요.
반가와요 :)







덧글

  • 2014/01/25 11:2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1/26 00:00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명품추리닝 2014/01/25 13:33 # 답글

    와 멋져요~
    즐겁고 재미난 삶만큼 중요한 게 없죠.
  • 비너스 2014/01/25 22:59 #

    어머, 고마워요. 명품추리닝님 아니었으면 답글 확인도 않고 지나칠 뻔 했네요. 스마트폰으로 답글 달 때 좀 더 집중해야 겠어요. ^^
  • 비너스 2014/01/25 15:38 # 답글

    맞아요. 즐겁고 행복한 순간들이 있어서 지치고 힘들 때 다시 에너지를 얻는 것 같아요 ~^^
  • 명품추리닝 2014/01/25 22:27 #

    이렇게 답글을 달면, 이글루스 상단 [알림]에 붉은 색으로 표시가 된답니다.
    그냥 일반적인 덧글을 달면, 비너스님이 저에게 답을 해주셨는지 안 해주셨는지 [알림]에 뜨지 않아서 그냥 지나칠 수가 있어요.
    이글루스에 오래 계실 것이라면 꼭 알아두셔야 하는 기능이에요 :)
  • 2014/01/29 10:4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1/29 15:02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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