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피의 임신과 분만, 그 생명의 신비 30대 이야기






어제 집에서 키우는 구피가 홀로 치어 40여마리를 낳았다. 열흘 정도 전부터 배가 유독 빵빵하게 불러오는 암컷 한마리가 있어 배 뒤쪽을 유심히 살펴보니, 분홍분홍 하던 배가 거뭇거뭇하게 변해 있었다. 막구피의 경우 임신을 하면 배가 까맣게 변하고 출산이 임박할 수록 산란관(항문) 쪽이 각이 져서 ㄴ자로 변한다는 특징을 알고 있던 터라, 분만통을 꺼내 씻어 어항에 부착한 뒤 임신한 구피를 분만통으로 이동시켰다. 분만통에서 분만을 해야 치어의 생존율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카니발리즘이 없는 구피도 있다고는 하지만, 막구피만 키워 본 경험자로서 어미가 치어를 낳자마자 1초만에 먹는 광경도 목격한 터라 어미가 스트레스받을 게 뻔해도 가급적이면 분만통에 옮기는 편이다. 






아직 이른 때에 분만통에 옮겨서인지 며칠이 지나도 득치 소식이 없길래 암컷을 다시 어항에 풀어주었다가, 배가 빵빵한 암컷이 어항에 들어오자마자 수컷 2~3마리가 한꺼번에 달라붙어 암컷의 배를 연실 쪼아대는 것을 보고는 또 불안하여 다시 분만통으로 옮겼다가, 다음 날 답답했던지 암컷이 분만통을 탈출하여 부레옥잠 옆에 숨어있는 것을 보고는 다시 분만통으로 옮기기를 반복 또 반복... 연실 가만 두지 않고 괴롭히는 주인 덕에 구피의 원성이 날로 높아져 갈 때 즈음, 말로만 듣던 그것을 목도하게 되었다. 바로, 어미 뱃속에 있는 치어의 눈과 마주친 것이다.

 

어미 뱃 속에서 움직이던 치어의 까만 눈



여러 해 동안 구피를 키웠지만 구피 뱃속의 치어와 눈이 마주친 것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치어의 눈이 살짝 움직이기까지 하였다. 순간 흠칫 놀란 나는 반사적으로 핸드폰 카메라를 켜고 사진을 찍어대기 시작하였다. 카메라 플래시에 놀란 모양인지 어미가 좁은 분만통에서 계속 움직이는 통에 미안한 마음도 컸지만, 이기적인 나는 이 순간을 꼭 남기고 싶었고 몇 차례의 시도 끝에 겨우 위와 같은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사진을 찍은 다음 날 또 어미의 배를 보니 치어 눈의 위치가 바뀌어 더이상 보이지 않았다. 정말 찰나에 목도한 '생명의 신비'였다.

어미 뱃속에 있는 치어의 눈이 보이면 보통 추후 2~4일 안에 득치 할 수 있다고 알고 있었으나, 4~5일이 지나도 깜깜무소식이었다. 주인 잘못 만나 혹시나 조산이나 사산을 하게 되는 것 아닌가 염려가 되었고, 그간 좁은 분만통에서 자꾸 탈출을 감행하던 어미를 위해 잘 쓰지 않던 복조리 어항을 꺼내어 하루 지난 수돗물을 담고 치어가 숨을 수 있는 부레옥잠과 스킨답서스를 충분히 띄워 어미만을 위한 넓은 분만실을 만들어 주었다.




  
복조리 어항으로 이사를 하고 그 다음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어항을 보니 역시나 치어 몇 마리가 어항 바닥과 부레옥잠 뿌리 사이에 숨어 있는게 보였다. 드디어 어미가 분만을 시작한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분만 장면도 카메라에 담고 싶었지만 이내 포기하였다. 임신한 구피 입장에서 그간 '나'라는 주인이 보인 행태는 정말 극악무도 한 것이었을게다. 틈만 나면 어항에 코를 박고 지켜보고, 좁은 분만통에 옮겼다 풀어주기를 반복하고, 사진을 찍기 위해 플래시를 반짝이던 주인은 마지막 남은 양심을 지키기 위해 복조리 어항 근처에 가지도 않고 무신경하려 애를 썼다.      





그렇게 약 40여 마리의 치어가 세상의 빛을 보았다. 오랜만의 득치였다. 탈락한 개체 없이 모두 건강하게 꼬물꼬물 물속을 돌아다녔다. 분만을 끝낸 어미는 배가 홀쭉해져 먹이를 먹을 힘도 없는지 먹이를 주어도 본채만채 하고 천천히 헤엄치며 숨을 고르는 듯 했다.

구피의 임신과 분만.. 그 일련의 과정들을 지켜 볼 때면 구피나 사람이나 생명은 똑같이 신비롭고 소중하다는 걸 느낀다. 산란관 협착으로 분만조차 못 하고 죽는 구피도 있고, 수질이 좋지 않거나 스트레스를 받아 조산이나 사산을 하는 구피도 있다. 분만에 임박하면 어항 벽면을 이리저리 위아래로 정신없이 움직이거나 조용히 구석을 찾아 숨는 어미의 뱃속에는 적게는 10마리에서 많게는 100마리가 넘는 치어가 세상의 빛을 보기 위한 준비를 한다. 그 시기에 운이 좋으면 어미 뱃속에서 살아있는 치어의 눈과 마주할 수도 있다. 분만이 시작되면 제법 고통스러운지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다가 분만이 끝나면 홀쭉해진 배로 기운없이 물속을 헤엄치며 숨을 고른다. 그 옆에서 꼬물꼬물 활기차게 움직이는 치어 수십마리를 보고 있으면, 겨우 사람 새끼손가락 하나 정도의 크기인 이 작은 생물이 보여주는 생명의 신비로움에 그저 감탄 또 감탄 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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